[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 휴버트 로베르의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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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 휴버트 로베르의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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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 휴버트 로베르의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

로마 대화재, 그리스도인 박해의 불길로 번지다

 

 

휴버트 로베르,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 1771년경, 템페라에 유화, 앙드레 말로 현대 박물관, 르아브로, 프랑스.

 

 

서기 64년 7월 18일과 19일 밤에 일어난 로마의 화재는 역사에도 ‘대화재(Great Fire of Rome)’로 기록되어 있다. 엄청난 재해였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7월 로마의 기후는 고온에 건조한 날씨다. 도시를 송두리째 집어삼키기에 좋은 조건이다.

 

불은 대전차경기장 옆 시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대전차경기장으로 옮겨붙었는데, 관중석이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이다. 불은 대전차경기장을 순식간에 전소시키고, 첼리오 언덕과 팔라티나 언덕의 집들을 모두 태웠다. 로마인들의 아파트 인술라(Insula)는 아래층을 제외한 위층은 모두 목조건물이어서 화재에 취약했다.

 

불길은 로마 공회당, 테베레 강과 로마 공회당 사이에 있던 벨라브로, 현재 ‘진실의 입’ 옆에 있던 동물시장 보아리오로 이어졌다. 수부라(Subura)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수부라는 트라야누스 황제의 공회당 위쪽 오피오 언덕과 비미날레 언덕 사이, 하층민들이 밀집하여 살던 구역이다. 이곳의 건물은 대부분 인술라였다.

 

화재로 인한 피해는 100만 명이 조금 넘는 로마 시민들을 공황에 빠트렸고, 20만 명 이상을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시켰다. 수많은 공공건물과 신전들은 파괴되었고, 4000여 개의 인술라와 132여 채의 도무스가 사라졌다. 로마 시내 14개 구역 중 10개 구역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였다. 화재는 9일간 이어졌다.

 

 

화재에 관한 소문

 

화재의 원인에 대한 소문은 첫날부터 끊이지 않고 나왔다. 가장 유력한 것이 네로 황제의 방화설이었다. 사실 화재가 있기 전부터 네로는 로마를 ‘네로폴리스’, 즉 ‘네로의 도시’로 새로 건설하고 싶어 했다.

 

누군가는 네로가 불타는 로마를 보며, 리라를 켜고 ‘트로이의 멸망’을 노래했다고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때 네로는 로마가 아닌 안치오(Anzio)의 별장에 있었다고도 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는 팔라티노 언덕에 지은 자신의 궁 트란시토리움마저 전소된 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로의 방화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역사가 타키투스(55/58~ 117/120)가 「연대기(Annales)」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불은 팔라티노와 첼리오 언덕을 가르는 대전차경기장에서 시작되었다. 가연성 높은 물건이 많은 상점에서 발생하여, 즉시 거센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졌다. 건물 벽이나 신전의 담이나 그 외 불길을 막을 만한 어떤 것도 없었고, 대전차경기장은 송두리째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는 또 로마에서 회자되던 네로에 관한 소문도 전했다. “그가 불타는 도시를 보며, 자신의 궁 꼭대기에 올라 트로이의 멸망을 노래했다”는 것이다. 잿더미가 된 도시는 처참했고, 로마의 종말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스도인의 박해와 ‘도무스 아우레아’

 

제국 시대, 로마에는 화재가 빈번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 이미 비질레(vigile)라는 소방대를 구성하여 취약한 지역의 소방을 맡긴 바 있다. 불이 난 곳에 무거운 물체로 덮는 훈련도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어떤 구실도 64년 대참사의 제공자로 황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혹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이에 집권 세력은 “사악한 미신”, “로마 제국에 의해 처형된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 “유다교의 이단자들”이라고 공격을 받고 있던 그리스도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을 희생 제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사회 혼란의 해결책으로 그리스도인들을 방화범으로 몰고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그에 합당한 죄를 묻기로 했다. 그리스도인들을 겨냥한 박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동시에, 대화재로 허허벌판이 된 오피오 언덕에서 팔라티노 언덕까지 방대한 그곳에 네로는 자신의 궁전 ‘도무스 아우레아’(Domus Aurea, 황금의 집)를 건설했다. 이것이 원래 꿈이었다면, 기존의 건물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궁전 혹은 도시를 건설하기에 방화만큼 좋은 수단이 없었을 것이다. 네로가 기획한 자신의 새로운 궁전에는 거대한 인공호수도 있었다. 지금의 콜로세움 자리다.

 

 

로베르의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

 

소개하려는 그림은 제목이 매우 구체적이다.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The Fire of Rome, 18 July 64 AD)’라는 작품으로, 프랑스 파리 출신의 화가 휴버트 로베르(1733~1808)가 1771년경에 그렸다. 현재 이 작품은 프랑스 노르망디의 관문, 르아브르에 있는 ‘무마 아브르’로 알려진 앙드레 말로 현대 박물관에 있다.

 

로베르는 풍경 화가로 이름난 인물이다. 특히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21세에 로마에 와서 11년간(1754~1765) 활동하며 당시 이탈리아의 유명한 판화가 피라네시(1720~1778)의 친구며 동료로 지냈다. 그는 로마의 유적지를 매우 이상적이고 낭만적으로 묘사를 잘했기 때문에 ‘유적의 로베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고대 로마의 웅장한 건축물과는 대조적으로 인물들을 매우 작게 넣음으로써 역사의 유구함과 인간의 유한함을 탁월하게 표현한 작가였다. 그는 로마의 유적지를 로마에서만 찾지 않았다. 프랑스 남부지방에서도 찾아 주변의 풍경과 함께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는 주제는 로마 제국이라는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 화가의 미학적 감각이 더해져 64년 여름의 로마 화재를 극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의 한 살롱에서 발표되었을 때, 디드로(1713~1784)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전체 구성을 아우르는 배경의 뜨거운 불길은 백라이트 효과를 주면서 역사의 사건을 넘어 그 이상의 뭔가를 묘사하려는 것 같다. 제국 시대의 건축을 대표하는 신전과 아치의 위용이 불이라는 자연의 힘과 강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건물은 거대한 틀이 되고 사람은 그 안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마치 액자 속에 갇힌 존재의 나약함을 보는 것 같다.

 

그림이 더욱 극적인 것은 화재라는 역사적인 주제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이 사회에서 가장 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에 물이 있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어떠한 행동도 구체적으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도망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중앙의 아치 위에 우뚝 선 조각 신상(神像)이 내려다보고 있다. 자연과 역사 속에서 인간의 미약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통찰할 수 있는 것은 화재로 인해 희생된 약자들과 방화범으로 몰려 희생된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역사적 맥락에 있다는 사실이다. 로마를 태운 불길과 그리스도인들을 태우게 될 박해의 불길은 모두 네로의 치세가 만들어낸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17일, 김혜경 세레나(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피렌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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