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8) 프란체스코 하예츠의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제1차 십자군 전쟁을 설교하는 우르바노 2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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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8) 프란체스코 하예츠의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제1차 십자군 전쟁을 설교하는 우르바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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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8) 프란체스코 하예츠의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제1차 십자군 전쟁을 설교하는 우르바노 2세 교황’


성지 되찾고 형제 도우러 “십자군 원정에 나서야 합니다”

 

 

프란체스코 하예츠,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제1차 십자군 전쟁을 설교하는 우르바노 2세 교황’, 캔버스에 유화, 1835년, 밀라노의 이탈리아 갤러리(Gallerie d’Italia - Piazza Scala) 소장.

 

 

제국을 압박하는 셀주크

 

‘만지케르트 전투’의 패배는 비잔틴 제국이 서방 교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서방은 비잔틴 제국을 더 이상 동방 교회와 중동의 그리스도교 순례자들의 보호자로 보지 않게 되었다.

 

1074년, 성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은 만지케르트에서 비잔틴이 패배(1071)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놀라운 선포를 했다. 비록 동방 교회와 껄끄러운 점이 있었고, 서로가 이단이라며 갈라선 마당이지만 어쨌든 비잔틴은 같은 그리스도교 형제들이라며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5만 명의 병력을 목표로 지원병을 모집했다. 그러나 서방 제국들이 이를 막아섰고, 그들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결국 의지를 접어야 했다.

 

비잔틴 제국의 허술한 점을 안팎으로 간파한 셀주크는 이후 지속적으로 터키 영토를 조금씩 빼앗았다. 1095년 셀주크는 아나톨리아를 침공했고, 비잔틴 황제 알렉시우스 1세는 아나톨리아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패배하여 그 땅마저 내어주고 말았다. 이렇게 제국을 압박해 오는 셀주크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비잔틴 황제는 서방 교회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교황은 복자 우르바노 2세였다.

 

우르바노 2세 교황은 알렉시우스 1세의 서신을 피아첸차 시노드에 부쳤다. 피아첸자 시노드는 우르바노 2세에게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를 권했고, 교황은 이를 수용했다. 클레르몽 공의회는 1095년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열렸고 300여 명의 성직자가 참석했다.

 

 

혁신적이고 다방면에 뛰어난 화가

 

소개하는 작품은 바로 이 역사적인 클레르몽 공회의가 열리고 있던 클레르몽시 광장에서 민중들에게 십자군 전쟁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우르바오 2세 교황과 은수자 피에트로다. 이탈리아 화가 프란체스코 하예츠(Francesco Hayez, 1791~1882)의 작품이다.

 

하예츠는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후 밀라노로 이주하여 활동하고 사망했다. 하예츠는 신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화가로 혁신적이고 다방면에 뛰어난 예술가였다. 들라크루아의 영향을 받아 종교와 역사,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유명한 작품 ‘입맞춤(The kiss)’을 그릴 당시,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계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 바람에 중세를 배경으로 한 그의 많은 작품에는 이탈리아 통일운동(Risorgimento)을 암시하는 애국적인 메시지가 짙게 담겨있다.

 

만조니, 베르케트, 펠리코, 카타네오 등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초상화를 남기는 한편, 밀라노의 문화 예술계에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켜 1850년에 그는 브레라 아카데미 미술관 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후에 우리의 이 코너에서도 다시 다루게 될 것 같다.

 

 

복자 우르바노 2세 교황

 

작품 속에 등장하는 복자 우르바노 2세 교황은 1035년 프랑스의 북부에서 태어나 1064년에 클뤼니 수도원에 입회해 아빠스까지 올랐다. 1080년경 성 그레고리오 7세 교황에 의해 오스티아의 주교급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그는 그레고리오 개혁의 열정적인 지지자이자 가장 유명한 활동가 중 한 사람이었다. 다음에 언급하겠지만,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은 교황권을 두고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 황제와 끊임없이 충돌했다. 1077년, 카노사의 굴욕으로 황제를 굴복시킨 후에도 그레고리오 7세는 슈바벤 공작을 새 황제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1080년에 황제를 재차 파문했다. 그러자 하인리히 4세는 1084년에 군사를 동원하여 로마를 점령하고 라벤나의 대주교 기베르토를 대립교황 클레멘스 3세로 옹립하고 말았다.

 

우르바노 2세는 교황으로 즉위하자마자 대립교황 클레멘스 3세를 상대해야 했고, 매우 강한 노선으로 지금까지 있는 로마 교황청 조직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독일 신성로마제국 황제와의 갈등, 프랑스에서 일어난 분쟁, 대립교황, 위협받고 있는 동방 교회의 문제 등에 직면했다.

 

 

십자군 원정은 ‘하느님 뜻’이라고 연설

 

우르바노 2세 교황이 비잔틴 황제의 군사적 원조를 요청하는 사절을 맞이한 것은 1095년 3월 피아첸차 시노드에서였다. 교황은 그해 11월,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소집된 공의회에 이 안건을 부쳤고, 서방 교회는 무슬림에 의해 정복당한 성지를 되찾고,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위험에 빠진 비잔틴 형제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노트르담 두 포르 대성당에서도 연설했다. 처음에는 교회 내 고위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교회의 쇄신을 주문하다가, 시노드에 참가한 귀족과 백성들에게 예루살렘 성지와 동방 교회를 셀주크 투르크족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호소했다.

 

그의 연설을 그대로 옮겨 적은 정확한 필사본은 오늘날 전해지지 않지만, 우르바노 2세 교황의 연설로 알려진 문건은 모두 5개가 전해온다. 대부분 후대에 써진 것들로 보는데, 이유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시노드 현장에 있었던 샤르트르의 퓔세가 쓴 기록, 제1차 십자군 원정 연대기 「게스타 프랑코룸(Gesta Francorum)」, 랭스의 로베르가 남긴 기록 등에는 저자들의 생각이 첨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담긴 공통 내용은 ‘십자군 원정에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대사를 수여한다는 것’(샤르트르의 퓔세)과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다!(Deus vult)”(랭스의 로베르)는 것이다.

 

그러나 전해오는 또 다른 자료가 있는데, 바로 우르바노 2세 교황의 친서 4통이다. 여기에는 앞선 자료들과는 달리 교황의 본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플랑드르에 보낸 것」(1095.12)에서 ‘동방 지역의 교회들’과 ‘동방 교회들’, 「볼로냐교구에 보낸 것」(1096.09)에서 ‘교회의 해방’, 「발롬브로사니 수도원에 보낸 것」(1096.10)에서 ‘그리스도교의 해방’, 「카탈루냐 백작에게 보낸 것」(1089/1096-1099)에서 ‘아시아 교회’ 등의 표현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것보다는 그 지역에 흩어진 그리스도 교회들을 셀주크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림 속으로

 

그림은 애국자로 알려진 엔리코와 가에타노 타촐리(Taccioli) 형제의 요청으로, 1835년에 프란체스코 하예츠가 그렸다. 이들 형제는 하예츠의 다른 여러 중요한 작품도 의뢰한 적이 있다. 모두 하예츠의 낭만주의적인 그림 속에 담긴 정치적인 메시지를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우르바노 2세 교황과 은수자 피에트로가 십자군 원정을 설파하고 있다. 이 장면은 1826년에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조셉-프랑수아 미쇼(Joseph-Franois Michaud)의 「십자군의 역사(Histoire des croisades)」에서 영감을 얻었다.

 

광장에 마련된 교황좌를 둘러싼 많은 군중, 은수자 피에트로가 손에 든 십자가와 도처에 흩어진 붉은색 옷감들은 싸움을 앞둔 흥분한 군중의 심리를 표현한다. 역사 회화의 강점은 중세라는 시대적인 배경과 군중을 특징짓는 감정과 그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반응을 포착하는 데 있다. 그림의 앞쪽 우측에 젊은 부부는 출정을 앞둔 남편과 이별의 키스를 하고, 그 옆에는 가장의 참전을 암시하는 듯 부인이 아기를 안고 있다.

 

1835년 그림이 완성되던 해는 이탈리아의 통일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모아지던 때였다. 하예츠는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십자군 원정이라는 주제로 호소했다고 하겠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20일, 김혜경(세레나,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이탈리아 피렌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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