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9)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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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9)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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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9)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허리에 수건을 두른 예수님께서
베드로 발 정성껏 씻는 장면 묘사
한없는 낮춤과 섬김의 모습 보여

 

발행일 2012-03-18 [제2787호, 13면]

‘베드로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은 애덕의 집 성당의 여러 유리화 가운데 한 점이다. 이 성당의 전면에는 6개의 원형창이 있는데 그곳에는 구약과 신약의 몇 장면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제단 양쪽에는 ‘요나 이야기’와 ‘노아의 방주’ 모습이 표현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베드로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 ‘어린이를 사랑하시는 예수님’, ‘빵과 물고기의 기적’, ‘자캐오를 부르시는 예수님’이 구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외의 작은 창문에는 추상으로 제작된 유리화가 장식되어 있다. 애덕의 집에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들이 오순도순 도우며 살고 있는데 최영심(1946∼ )의 아름다운 유리화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유리화 ‘베드로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은 이 성당의 2층에 장식되어 있다. 허리에 기다란 수건을 두른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앞에 쭈그리고 앉아 정성껏 그의 발을 씻어 주고 있다. 예수님의 부릅뜬 눈은 그분께서 제자의 발을 씻는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한쪽 발을 납작한 대야에 담근 베드로는 몹시 당황해 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한쪽 손으로 머리를 감싼 그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발을 씻어주시는 모습을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요한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 중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장면이 담겨져 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가신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요한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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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심(1946∼ ), ‘베드로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 유리화, 1994년, 애덕의 집 성당, 벽제,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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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드로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 부분.
오래 전, 사순시기에 본당의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피정을 간 적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며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처럼, 피정 마지막 날에 파견 예식을 거행하며 아이들의 발을 차례로 씻어 주었다. 예수님처럼 허리에 커다란 수건을 두르고 학생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평소에 개구쟁이였던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자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몸을 뒤로 빼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벌떡 일어서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소리 죽여 흐느끼기도 했고 눈물로 자신의 뺨을 적시는 아이도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때면 만찬 미사를 거행하면서 발씻김 예식을 거행한다. 제단 가까이에 나와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신자들 역시 그때의 학생들처럼 매우 난감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곤 한다. 그 신자들을 바라보면서 오래전에 피정 때 만났던 중고등부 학생들을 떠올리게 된다. 내 마음속에 그들은 세월이 흘러도 자라지 않고 여전히 어린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모두 어른이 되어 가정과 교회, 사회와 세상 안에서 소중한 삶을 가꾸고 있을 그 친구들이 불현듯 그리워진다. 

발씻김 예식 중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과 신자들을 바라보면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깊이 사랑해 주셨는지를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분께서는 우리 개개인을 그냥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몸둘바를 모를 정도로 깊이 사랑해 주셨다. 한없는 낮춤과 섬김의 모습을 보여주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도 당신을 본받아 살라고 초대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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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덕의 집 성당 내부.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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