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 - "교회와 역사" 2014년 4월호 교회사학자 하성래 박사 기고 글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 - "교회와 역사" 2014년 4월호 교회사학자 하성래 박사 기고 글

관리자 0 2041 0

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

70438b12daf115dde50bb9789053db94_1504061536_3943.JPG


아래 내용은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발행한 "교회와 역사" 2014년 4월호에 교회사학자 하성래 박사께서 기고한 것으로, 거제도호부사를 역임한 하겸락(河兼洛, 1825-1904) 선생의 사헌유집 (권3, 잡저(雜著), 서유록(西遊錄) 부거제) 해제를 작성하면서 발견한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딸인 유섬이(柳暹伊)에 관한 내용입니다.

복자 이순이 루갈다가 언니들에게 보낸 편지에 "아홉 살, 여섯 살, 세 살 난 제 시동생들은 모두가 따로 따로 흑산도(黑山 島), 신지도(薪智島), 거제도(巨濟島)로 귀양을 갔으니, 이렇게도 참혹(慘酷)한 광경을 어찌 견딜 수 있겠어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9살 거제도로 귀양간 분이 유섬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또한 하겸락 선생의 '사헌유집'아 아니었다면, 그리고 하성래 박사님이 아니었다면 유섬이에 관한 기록은 영영 묻혀버렸을 것이니 이 또한 하느님의 안배하심이라고 믿습니다.

아! ,, 순교자 집안의 피가 흐르는...거제도의 동정 수녀님이셨습니다. !!
........................


철종 임술(1862)년 2월에 외직으로 나가 거제부사(巨濟府使)에 제수되었다. 거제도는 남쪽 해변의 한 섬 고을이었다. 견내량(見乃梁) 나루 앞에는 무이루(撫吏樓)가 있다. 옛날에 우리 종선조(從先朝) 문효공 경재(敬齋) 선생이 누각에 올라 지은 제영(題詠)이 걸려 있었으나, 세월이 오래 돼 형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판각(板刻)하여 걸었다.


거제부에는 71세 된 유 처녀(柳 處女)가 있었다. 정조는 사학(邪學, 천주교)을 엄금하고, 범법자는 반드시 중벌에 처하고, 그 자녀는 관비로 보냈다. 조정의 유명한 벼슬아치 중에도 역시 죄를 범하여 불행을 당하는 자가 많았다. 유(柳)는 어느 집안인지는 모르나 역시 명족(名族)이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사학(천주교)을 범하여 딸이 관비에 속하게 된 것이다. 나이 7세(실제로는 9세: 필자)였다.


읍(邑)에 사는 노파가 수양딸로 삼아 기르며 바느질을 가르쳤다. 유는 평생 다른 사람과 더불어 말하거나 웃지 않고 발길이 문밖을 나가지 않았다. 날마다 바느질하는 것으로 일을 삼았다. 관노(官奴) 무리가 감히 관비로 대하지 못했다. 나이 13, 14세 되어 시집보내고자 하는 자(중매쟁이)가 있었으나 유는 “나는 선비의 혈육으로 참혹하고 독한 화를 만나 지금 거제 관비가 되었다. 남편을 얻게 되면 반드시 관노로서 아들을 낳으면 종이 될 것이요, 딸을 낳으면 계집종(婢)이 될 것이니, 이 괴로움을 내 어찌 당하리오? 다시 시집가라고 내 귀를 더럽히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으로써 갚으리라” 하였다.


수양모를 섬기며 그 뜻에 순종하였다. 어미 역시 자기가 낳은 자식처럼 사랑하며 보호하였다. 나이 16, 17세 됨에 그 어머니에게 “제 나이 점점 자라 강폭(强暴)한 남자의 손이 제 몸에 한 번 가해질까 두렵습니다. 몸을 더럽히면 그 욕됨이 크옵니다. 그러므로 바라건대 흙과 돌로 한 집을 굳게 지어 음식을 넣어 줄 수 있는 구멍과 대소변을 집 안에서 처치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작은 창을 남향으로 내서 바느질하기에 편하게 하여 주소서” 하였다. 어머니가 그 말대로 하였다.


유는 이처럼 자신을 보호하며 나이 40여 세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와 예사 사람처럼 살았다. 그러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한 자 길이의 칼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고을 안 사람들이 모두 그 정절을 알고 감히 더럽힐 마음을 갖지 못하고, 유 처녀라고 불렀다.


1863년(계해, 철종 14) 7월, 내가 체임(遞任)하여 돌아가려 할 때 형리가 “유 처녀가 71세로 죽었습니다.” 하고 보고하였다(국법에 역적죄를 범하여 노비가 된 사람이 죽으면 검시(檢屍)하여 순영(巡營)에 보고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와서 보고한 것이다).

슬프다! 천지 만물이 음양(陰陽)의 짝이 있지 않음이 없거늘, 억울하도다! 유 처녀는 외로운 여인으로 짝을 만나지 못하고 그 몸을 정결히 하며 이 세상에서 71세를 살았도다. 그 곧고 깨끗한 정절, 원한 맺힌 기운이 구천에 사무친다.


만약 유 처녀가 남자가 되었더라면 입신출세(立身出世)하여 임금을 섬기는 충성스러움은 해와 달을 꿰뚫고 진실함은 쇠와 돌을 뚫을 것이다. 애석하도다! 여자의 몸이 되어 참화를 입은 집안에 태어남이여!


그 정과 그 절개, 차마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 아전을 보내 그 장사할 기구에 무엇이 미비한가 물으니, “관(棺)을 만들 나무, 염(殮)할 포목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여 내가 장사치를 것을 마련하여 다시 아전으로 하여금 호상(護喪)이 되어 장사를 치르게 하고, 또 병교(兵校)와 함께 가서 묻을 자리를 물기가 없고 무너지지 않을 곳에 잡되, 암석이 있어 글자를 새길 수 있는 곳에 깊이 묻으라 하고, 특별히 “칠십일세유처녀지묘(七十一歲柳處女之墓)” 아홉 자를 묘 옆 바위에 묘표(墓表)로 새겼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86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81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90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80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08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86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17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93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86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93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75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78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91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97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91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103 명
  • 오늘 방문자 863 명
  • 어제 방문자 1,898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677,583 명
  • 전체 게시물 1,336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