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 - "교회와 역사" 2014년 4월호 교회사학자 하성래 박사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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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 - "교회와 역사" 2014년 4월호 교회사학자 하성래 박사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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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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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발행한 "교회와 역사" 2014년 4월호에 교회사학자 하성래 박사께서 기고한 것으로, 거제도호부사를 역임한 하겸락(河兼洛, 1825-1904) 선생의 사헌유집 (권3, 잡저(雜著), 서유록(西遊錄) 부거제) 해제를 작성하면서 발견한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딸인 유섬이(柳暹伊)에 관한 내용입니다.

복자 이순이 루갈다가 언니들에게 보낸 편지에 "아홉 살, 여섯 살, 세 살 난 제 시동생들은 모두가 따로 따로 흑산도(黑山 島), 신지도(薪智島), 거제도(巨濟島)로 귀양을 갔으니, 이렇게도 참혹(慘酷)한 광경을 어찌 견딜 수 있겠어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9살 거제도로 귀양간 분이 유섬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또한 하겸락 선생의 '사헌유집'아 아니었다면, 그리고 하성래 박사님이 아니었다면 유섬이에 관한 기록은 영영 묻혀버렸을 것이니 이 또한 하느님의 안배하심이라고 믿습니다.

아! ,, 순교자 집안의 피가 흐르는...거제도의 동정 수녀님이셨습니다. !!
........................


철종 임술(1862)년 2월에 외직으로 나가 거제부사(巨濟府使)에 제수되었다. 거제도는 남쪽 해변의 한 섬 고을이었다. 견내량(見乃梁) 나루 앞에는 무이루(撫吏樓)가 있다. 옛날에 우리 종선조(從先朝) 문효공 경재(敬齋) 선생이 누각에 올라 지은 제영(題詠)이 걸려 있었으나, 세월이 오래 돼 형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판각(板刻)하여 걸었다.


거제부에는 71세 된 유 처녀(柳 處女)가 있었다. 정조는 사학(邪學, 천주교)을 엄금하고, 범법자는 반드시 중벌에 처하고, 그 자녀는 관비로 보냈다. 조정의 유명한 벼슬아치 중에도 역시 죄를 범하여 불행을 당하는 자가 많았다. 유(柳)는 어느 집안인지는 모르나 역시 명족(名族)이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사학(천주교)을 범하여 딸이 관비에 속하게 된 것이다. 나이 7세(실제로는 9세: 필자)였다.


읍(邑)에 사는 노파가 수양딸로 삼아 기르며 바느질을 가르쳤다. 유는 평생 다른 사람과 더불어 말하거나 웃지 않고 발길이 문밖을 나가지 않았다. 날마다 바느질하는 것으로 일을 삼았다. 관노(官奴) 무리가 감히 관비로 대하지 못했다. 나이 13, 14세 되어 시집보내고자 하는 자(중매쟁이)가 있었으나 유는 “나는 선비의 혈육으로 참혹하고 독한 화를 만나 지금 거제 관비가 되었다. 남편을 얻게 되면 반드시 관노로서 아들을 낳으면 종이 될 것이요, 딸을 낳으면 계집종(婢)이 될 것이니, 이 괴로움을 내 어찌 당하리오? 다시 시집가라고 내 귀를 더럽히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으로써 갚으리라” 하였다.


수양모를 섬기며 그 뜻에 순종하였다. 어미 역시 자기가 낳은 자식처럼 사랑하며 보호하였다. 나이 16, 17세 됨에 그 어머니에게 “제 나이 점점 자라 강폭(强暴)한 남자의 손이 제 몸에 한 번 가해질까 두렵습니다. 몸을 더럽히면 그 욕됨이 크옵니다. 그러므로 바라건대 흙과 돌로 한 집을 굳게 지어 음식을 넣어 줄 수 있는 구멍과 대소변을 집 안에서 처치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작은 창을 남향으로 내서 바느질하기에 편하게 하여 주소서” 하였다. 어머니가 그 말대로 하였다.


유는 이처럼 자신을 보호하며 나이 40여 세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와 예사 사람처럼 살았다. 그러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한 자 길이의 칼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고을 안 사람들이 모두 그 정절을 알고 감히 더럽힐 마음을 갖지 못하고, 유 처녀라고 불렀다.


1863년(계해, 철종 14) 7월, 내가 체임(遞任)하여 돌아가려 할 때 형리가 “유 처녀가 71세로 죽었습니다.” 하고 보고하였다(국법에 역적죄를 범하여 노비가 된 사람이 죽으면 검시(檢屍)하여 순영(巡營)에 보고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와서 보고한 것이다).

슬프다! 천지 만물이 음양(陰陽)의 짝이 있지 않음이 없거늘, 억울하도다! 유 처녀는 외로운 여인으로 짝을 만나지 못하고 그 몸을 정결히 하며 이 세상에서 71세를 살았도다. 그 곧고 깨끗한 정절, 원한 맺힌 기운이 구천에 사무친다.


만약 유 처녀가 남자가 되었더라면 입신출세(立身出世)하여 임금을 섬기는 충성스러움은 해와 달을 꿰뚫고 진실함은 쇠와 돌을 뚫을 것이다. 애석하도다! 여자의 몸이 되어 참화를 입은 집안에 태어남이여!


그 정과 그 절개, 차마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 아전을 보내 그 장사할 기구에 무엇이 미비한가 물으니, “관(棺)을 만들 나무, 염(殮)할 포목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여 내가 장사치를 것을 마련하여 다시 아전으로 하여금 호상(護喪)이 되어 장사를 치르게 하고, 또 병교(兵校)와 함께 가서 묻을 자리를 물기가 없고 무너지지 않을 곳에 잡되, 암석이 있어 글자를 새길 수 있는 곳에 깊이 묻으라 하고, 특별히 “칠십일세유처녀지묘(七十一歲柳處女之墓)” 아홉 자를 묘 옆 바위에 묘표(墓表)로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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