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7) ‘카탈루냐 국립 박물관’ 안의 성당 모형에 전시된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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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7) ‘카탈루냐 국립 박물관’ 안의 성당 모형에 전시된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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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7) ‘카탈루냐 국립 박물관’ 안의 성당 모형에 전시된 벽화

 

원형 느낌 살리고자 벽화 위에 경당 틀 입혀

 

발행일2017-04-30 [제3042호, 13면]

 

 

‘카탈루냐 국립 박물관’ 외부 전경.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성가정 성당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로 세계에서 유명한 도시가 됐다. 하지만 이 도시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1852~1926년)가 설계한 성당이나 유서 깊은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가정 성당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카탈루냐 국립 박물관’(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이다. 이런 명칭이 붙은 것은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가 스페인의 북동부에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에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북쪽에 있는 궁전 안에 자리 잡았다. 원래 이 궁전은 1929년에 열렸던 국제 전시회를 위해 건립됐으며, 1934년부터는 카탈루냐 지역과 세계 각국의 예술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 박물관은 카탈루냐 지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문화 예술 기관으로 꼽힌다.

 

신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박물관은 높고 커다란 반구형 지붕을 가지고 있어, 사그라다 파밀리아처럼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성가정 성당이 근·현대의 교회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이 박물관은 이전 시대의 예술 작품을 보여준다.

 

카탈루냐 박물관에는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다양한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그 중에서도 로마네스크와 고딕 시대의 소장품은 다른 박물관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곳에서는 제단화와 벽화. 성화와 성물, 회화와 장식품, 조각상과 목가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카탈루냐 지방의 여러 성당과 수도원에 소장됐던 교회 미술품들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들을 보면 카탈루냐에 살던 사람들의 깊은 신심을 짐작할 수 있다.

 

 

‘전능하신 그리스도’ 프레스코 벽화.

 

교회 예술품 가운데서도 12~13세기에 제작된 프레스코 벽화가 관람자의 관심을 크게 끈다. 카탈루냐 박물관은 여러 점의 성당 벽화를 원형에 가깝게 전시하면서, 유럽의 다른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대부분의 벽화는 카탈루냐와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지역에 있는 오래된 성당을 장식했던 것이다.

 

전쟁이나 신축 등으로 이 성당이 허물어지자 내부의 벽화들도 많이 손상됐다. 그러자 교회와 박물관 측에서는 벽화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수집된 벽화의 파편들은 박물관으로 보내 복구와 보존 작업을 거쳤다. 벽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시하기 위해 원래 작품이 있었던 성당의 모형을 만들어 그 안에 전시하는 노력도 더했다. 그래서 박물관에 들어가면 크고 작은 성당(경당)의 모형도 볼 수 있다. 전시된 벽화 앞에 서면 마치 성당 안에 들어가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박물관의 벽화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전능하신 그리스도’이다. 이 벽화는 카탈루냐 북쪽의 작은 마을 타울에 있던 상트 클리멘트 성당에서 왔다. 성당의 제단 뒤쪽 면인 앱스(apse)를 장식했던 벽화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박물관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비잔틴 예술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화려하면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벽화 속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책을 펼치시고 손을 들어 축복해 주신다. 전능하신 예수님 곁에는 경배하는 천사와 네 복음사가가 묘사돼 있다. 예수님의 발아래에는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제자들의 모습이 소박하게 표현돼 있다.

 

벽화는 인류가 창조한 예술품 가운데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다. 1만7000년 전후 구석기인들이 그린 프랑스의 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Altamira) 동굴 벽화는 인간이 남긴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평가된다. 그 후에도 이집트를 비롯한 세계 도처의 사람들은 무덤을 벽화로 장식하며 죽은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교회 미술이 시작된 로마의 카타콤에서는 3세기경에 그려진 ‘기도하는 사람’등 다수의 벽화를 발견할 수 있다. 그 후에도 신자들은 교회 미술에 벽화를 활발하게 활용했으며, 그 정점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에서 볼 수 있다. 그곳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 벽화 ‘천지창조’나 ‘최후심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1960년 전후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성당에도 벽화가 제작돼 교회 미술의 폭을 한층 더 넓혀 주었다. 베네딕도회의 알빈 슈미트(Alwin Schmid·1904~1978년)신부와 앙드레 부통(Andre Buton·1914~1989년) 신부는 성당의 제단 주변과 내부에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벽화를 그려, 신자들의 신심을 북돋워 주었다. 교회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던 시대에 벽화는 모자이크나 유리화보다도 더욱 저렴하게 성당 내부를 장식할 수 있었던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성당의 개축이나 신축, 보수나 화재 등으로 두 신부가 그린 벽화는 많이 사라지고 말았다. 카탈루냐 박물관에 전시된 벽화와는 달리 우리의 벽화는 성당 건물과 운명을 같이 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 안에서 사라지는 것이 어디 벽화뿐이랴. 오늘날에도 여전히 교회의 소중한 유물은 사람들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끊임없이 사라진다. 한번 사라진 교회 유물이나 유산은 찾을 길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사진으로만 남은 우리 성당의 벽화를 보면서 카탈루냐 박물관 안의 작은 모형에 전시된 벽화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박물관 내부의 타원형 홀.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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