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7)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7)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관리자 0 1649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7)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거듭된 증축에도 기존 건물과 조화 이뤄

 

발행일2017-07-09 [제3052호, 8면]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는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웅장한 건축물이 많다. 또한 뛰어난 예술품을 소장한 ‘고고학 박물관’이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이 있는데, 가장 주목 받는 곳은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이다. 

 

‘프라도’는 미술관이 자리 잡은 지역명으로, ‘목초지’라는 뜻이다. 이 미술관은 이름조차도 목초지였던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건축물이 있는 곳의 역사성을 기억하게 도와준다.

 

1785년에 후안 데 빌라누에바(Juan de Villanueva)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설계한 이 건물은 원래 자연사 박물관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찰스 3세(Charles Ⅲ, 1759~1788년 재위)는 로마나 파리, 런던처럼 마드리드가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불리기를 바라며 박물관 등을 건립했다. 1819년에 미술관으로 개관된 이 건물에는, 왕실에서 수집했던 그림과 조각품들이 전시됐다. 이후 스페인 내전과 화재, 전쟁 등으로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고 많은 수집품이 도난당했지만, 소장품은 급속히 증가했다. 

 


프라도 미술관의 정면 출입구.

 

1950년과 60년대에는 본관을 증축해 많은 작품을 소장하며 전시했으나, 다시 한계에 부닥치게 됐다. 2007년, 프라도 미술관은 본관 뒤편에 붉은 벽돌로 건물을 증축했다. 이 건물은 스페인의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1937~ )의 설계로 건립됐다. 그는 오늘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명소가 된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1998~2002년)을 설계하기도 했다. 

 

프라도 미술관과 증축관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기념품점도 있다. 이제 미술관은 새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증축관은 본관의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해 건립됐다. 본관의 대리석 기둥들이 신관에선 벽돌 기둥으로 단순화됐지만, 서로 조화를 이룬다. 증축관 옆에는 16세기에 흰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 예로니모 경당이 있는데, 새 건물의 높이는 경당보다도 낮아 가리거나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미술관 앞의 정원에는 스페인에서 태어난 유명한 화가들의 조각상이 있다. 본관 정문 앞에는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가 있으며, 북쪽 출입구 앞에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가 미술도구를 들고 우뚝 서 있다. 이 미술가들은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이끌어 주고 있다. 영웅은 전쟁터에서만이 아니라 예술의 무대에서도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12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플랑드르,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각국의 미술품 뿐 아니라, 스페인의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무리요 등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9000여 점의 회화와 조각품을 소장한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프라도 미술관 증축관과 성 예로니모 성당.

 

특히 이 미술관에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추정)~1614)의 주요 작품이 잘 전시돼 있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그는 로마를 거쳐 스페인에 들어와 톨레도에 머물며 많은 종교화를 남겼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 후반부였지만, 매너리즘 양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규칙과 비례를 중시하던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과 달리 그는 규범에서 벗어나 인체를 길고 홀쭉하게 그려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프라도 미술관의 한 공간은 엘 그레코의 작품 ‘성모 마리아’, ‘성모영보’, ‘성가정’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서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십자가를 안고 가시는 예수님’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마지못해 지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가슴에 끌어안고 걸어가신다. 그분의 눈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시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나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오늘날 세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계자들은 오래된 건물의 유지와 관리, 보수와 증축에 큰 신경을 쓴다. 이 같은 예술기관에는 모든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화 예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 나아가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더욱 나은 박물관으로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수집품의 증가와 전시 공간의 확보, 사람들의 참여 공간과 휴식 장소의 제공을 위해 박물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개축이나 증축을 한다. 이럴 때 항상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박물관 건물을 어떻게 고치고 증축할 것인가’이다. 새로운 건물을 오래된 건물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은 큰 숙제와 같다. 프라도 미술관은 이 숙제를 잘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고전주의 양식 본관 건물을 새롭게 해석해 증축관을 완성했다. 본관과 증축관의 외관은 서로 차이가 나지만 그 안에는 각 시대의 아름다움이 잘 담겨 있다.

 

우리 성당이나 교회 기관에서도 오래된 박물관처럼 건물의 개축이나 증축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전문가들의 의견 못지않게 그 건물을 사용하게 될 신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성당의 건물과 새 건물이 외적으로도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실용성만 앞세우며 새 건물을 짓게 되면, 원래의 성당 건물을 가리거나 훼손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엘 그레코의 ‘십가가를 안고 가시는 예수님’이 전시된 방.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7) 그의 얼굴에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고

댓글 0 | 조회 1,797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7) 그의 얼굴에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고성 요셉, 평화로운 모습으로 임종을 맞다나자렛 성 요셉 성당 지하 경당에 장식평…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 바티칸 박물관- 비오 크리스천 박물관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 경배’

댓글 0 | 조회 1,77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 바티칸 박물관- 비오 크리스천 박물관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 경배’귀족의 석관 장식… 동방박사의 경배 소박하게 표현2017-01…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 아시시 거리에서 떠올리는 파란 눈의 선교 사제

댓글 0 | 조회 1,77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 아시시 거리에서 떠올리는 파란 눈의 선교 사제“오로지 하느님 뜻에 순명하겠습니다”성 프란치스코처럼 하느님 모습 보여주신 우리동네 …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2) 사제가 떠난 자리는 배가 지나간 자리와 같아야 한다

댓글 0 | 조회 1,769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2) 사제가 떠난 자리는 배가 지나간 자리와 같아야 한다예수님 가르침 충실히 따릅니다뱃머리에 앉은 구세주께서 큰 손 들어 올바른 방향…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6) 글래스고의 ‘성 멍고 종교 박물관’

댓글 0 | 조회 1,76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6) 글래스고의 ‘성 멍고 종교 박물관’세계 주요 종교 유물 한 곳에… 타종교 이해 도와발행일2017-07-02 [제3051호, 13…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 바티칸 박물관- 비오 크리스천 박물관 ‘양에게 먹이를 주는 목자’

댓글 0 | 조회 1,752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 바티칸 박물관- 비오 크리스천 박물관 ‘양에게 먹이를 주는 목자’인간을 극진히 돌보시는 주님 사랑 드러나가장 오래된 교회 미술품 …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경당 / ‘천지창조’

댓글 0 | 조회 1,751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경당 / ‘천지창조’세상의 시작과 끝… 장엄하게 펼쳐진 성경 세계발행일2017-01-22 [제3029호,…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0)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댓글 0 | 조회 1,74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0)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빼어난 성화들 내적 정화 도와… 휴식공간 역할도발행일2017-07-30 [제3055호, 13면]빈…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3) 런던 ‘성 바오로 대성당’과 ‘새천년 다리’

댓글 0 | 조회 1,734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3) 런던 ‘성 바오로 대성당’과 ‘새천년 다리’바로크 양식의 성전… 큰 규모와 화려함 뽐내발행일2017-06-11 [제3048호, 1…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9) ‘코라 성당’에서 빛나는 모자이크와 프레스코 성화

댓글 0 | 조회 1,725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9) ‘코라 성당’에서 빛나는 모자이크와 프레스코 성화주님 구원활동 담은 작품에서 하느님 나라 느껴발행일2017-05-14 [제304…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1) ‘생트 샤펠’의 찬란하게 빛나는 유리화

댓글 0 | 조회 1,72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1) ‘생트 샤펠’의 찬란하게 빛나는 유리화빛으로 가득한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다예수 유물 경배하기 위해 만든 경당기둥·천장 제외, …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9) ‘우피치 미술관’의 교회 제단화

댓글 0 | 조회 1,719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9) ‘우피치 미술관’의 교회 제단화수많은 伊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 작품 한 자리에발행일2017-03-05 [제3034호, 12면]예술…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7) 아버지께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아

댓글 0 | 조회 1,711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7) 아버지께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아요셉이 일손 놓고 아기 예수 돌보다구세주에 대한 사랑과 존경 표현성가정…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8) ‘산마르코 박물관’에서 만난 프라 안젤리코

댓글 0 | 조회 1,708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8) ‘산마르코 박물관’에서 만난 프라 안젤리코수도자 머물던 모든 곳이 박물관으로 재탄생도미니코회 산마르코 수도원 건물침실과 식당, 기…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 바티칸 박물관의 피나코테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천사’

댓글 0 | 조회 1,672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 바티칸 박물관의 피나코테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천사’하느님의 뜻 일깨우는 천상 음악 들리는 듯…바티칸 미술품만 따로 전시고딕·르… 더보기
Category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57 명
  • 오늘 방문자 1,302 명
  • 어제 방문자 2,043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659,926 명
  • 전체 게시물 1,336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