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6.중국 (5)시안(西安)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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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6.중국 (5)시안(西安)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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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6.중국 (5)시안(西安)교구

발행일2006-12-17 [제2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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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경제, 사목활동 발목

교육 농업 의료 등 거의 전 분야 지원 

사제양성에 심혈…“형제적 도움”요청 

기원전 11세기부터 서기 10세기까지 수천년 동안 서주(西周) 진(秦) 서한(西漢) 당(唐) 등 숱한 왕조들의 도읍으로 중원(中原) 중의 중원으로 자리해온 시안에서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건 남아있는 거대한 성곽과 진시황제의 능, 그리고 황제의 병마용 등이다.

시안은 중국 고대 문화의 중심지이자 중국불교 토착화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현장 법사가 당 태종의 지원 아래 불경을 번역해 소개함으로써 중국에 불교가 뿌려진 곳이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 중국뿐 아니라 동양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안은 문화발전소에 비유되곤 한다. 

대륙의 한 구석에 있었던 탓에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얕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난징대목구에 속해있던 이 지역이 독자적인 신앙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696년 산시대목구가 설정되면서부터였다. 이후 1887년 산시대목구가 산베이(陝北)대목구와 산난(陝南)대목구로 분리되고 다시 1910년 산베이대목구에서 분할돼 나온 관중(關中)대목구가 1924년 시안대목구로 개칭된 후 1946년 중국에 교계제도가 세워지면서 시안대교구로 교회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에서는 교구장도 없는 교구가 상당수여서 교구와 대교구의 구별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현지 교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토착화 모색 

중국 교회에서 토착화는 ‘본색화(本色化)’라는 말로 불린다. 복음화의 관건이라 할 본색화에 있어 개신교계의 노력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가톨릭교회의 모색은 쉬 찾기 힘든 게 시안교구를 비롯한 전반적인 중국 교회의 현실이다. 

중국 사회는 공산화 이후 5.4운동 이전의 전통적 가치관과 정신이 붕괴돼 이를 재건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폐해진 정신으로는 어떠한 높은 이상과 열정도 이내 소진되고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음을 오늘의 중국 사회는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걸림돌은 교회라고 비켜가지 못해 시안교구(교구장 리두안 주교)를 비롯한 중국 내 많은 지역교회들이 홍수가 휩쓸고 간 후 곳곳에 논밭의 흔적만 남아있는 황량한 들판을 다시 옥토로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속에서 시안교구는 본색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난, 그리고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찾고 있다. 

24개 본당을 포함해 50여개의 성당이 있는 시안교구 내 2만여 명의 신자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민들이어서 정부에서도 주교좌성당마저 ‘농촌성당’이라고 부를 정도로 시안교구는 가난 속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시안교구의 대사회 활동도 자연스럽게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는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시안교구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일 못사는 축에 들어 교회의 활동은 조그만 것도 눈길을 끌기 십상이다. 

본색화의 기반이 되는 성소자 양성에 시안교구가 쏟는 공은 특별해 54명의 교구 신부 가운데 13명이 산시신철학원(대신학교)에서 봉직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시안교구 신학교에는 인근 10여개 교구로부터 찾아온 110여명의 신학생들이 성소의 길을 찾고 있다. 

시안교구 사회복지센터 

시안교구 사회복지센터(주임 천루이쉐 신부)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국 교회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시안 자체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가운데 하나여서 시안교구도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운신에 적잖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 교구 재정이 넉넉지 않아 교구청 개보수마저 당장 급한 사업들의 후순위로 돌리다 보니 낡을 대로 낡은 건물로 수십 년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은 다른 교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낡은 창틀 하나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여간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힘든 게 중국 교회의 현실이다. 

시안교구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외부와의 연대에서 찾은 모범 사례로 다른 지역교회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교구청에 자리한 교구 사회복지센터 사무실에는 한국 교회에도 낯익은 해외원조기관들의 이름을 단 파일들이 촘촘하게 꽂혀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원조기관인 ‘미제레올(MISEREOR)’을 비롯해 독일 교황청립 전교회 ‘미씨오(Missio.선교)’, 미국 주교회의 해외원조기구인 가톨릭 구제회(CRS.Catholic Relief Services), 오스트리아의 DKA, IMF 등 서구 기관들은 물론 홍콩 마카오 대만 등 각국 교회 원조기관과의 교류 역사를 담은 파일들은 시안교구의 관심과 걸어온 길을 잘 보여준다. 

사회복지센터는 이들 기관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 영역으로 보폭을 넓혀오고 있다. 전기는 물론 특별한 교통수단이 없어 고립되어 지내다시피하는 오지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발전시설을 들여오고 오토바이를 보급하는가 하면 소나 양 등 가축을 분양해 신자들의 자활을 돕는 등 복지센터가 하는 일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근래에는 유기농 농장에 대한 지원과 유기농법 교육 등으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는 몫이어서 유치원 운영은 물론 7개의 초등학생 합주반을 만들어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이런 활동의 성과의 하나로 지난 20년간 수리를 지원한 중국 전역의 성당만 500곳에 이를 정도다. 그나마 이처럼 성당을 개보수할 수 있게 된 것도 예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돈이 있어도 함부로 성당을 수리할 수 없어 여름이면 비가 들이치는 성당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5년간의 미국 유학을 거쳐 지난 1999년부터 사회복지센터 책임을 맡고 있는 천루이쉐(陳瑞雪) 신부는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가난한 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는 물론 어디에도 손 벌릴 수 없는 이들을 찾아가는 게 교회의 몫”이라고 밝혔다. 

경제 개발과 더불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에이즈 문제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교회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에이즈 예방 교육에 적잖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또 정부의 의료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오지에 진료소를 열어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홍콩이나 대도시의 의사 등을 초빙해 처치술을 교육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6인 가족이 한 해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5000위안(한화 약 65만원)을 벌기 힘든 상황이라 5000위안이 드는 간단한 언청이 수술도 상상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드는 백내장이나 심장병 수술 같은 경우는 아예 포기하고 마는 농민들에게 복지센터는 희망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한 곳을 도우면 어느 새 소문이 퍼져 도와달라는 요청이 빗발칩니다.” 

사정이 이렇기에 천신부는 외부와의 교류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시안교구에 총원을 두고 있는 예수성심회도 600여명의 수녀 가운데 200명이 교우촌 내 60여개 진료소에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손길은 끝이 없어 보인다. 

시안교구 사회복지센터의 역량은 다른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스자좡교구 사회복지센터는 물론 멀리 랴오닝교구 선양(瀋陽)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 기관과도 연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심고 있다. 

“자신이 먼저 변할 수 있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에 함께 해준다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한국 교회를 향해 손을 내미는 천신부의 얼굴에서 중국 교회의 희망이 읽혔다. 



사진설명

▶시안교구 주교좌 성 프란치스코성당 전경. 

▶시안교구 주교좌 성 프란치스코성당 정문. 낡은 철제문이 시안교구의 어려운 현실을 엿보게 한다. 

▶진시황제의 병마용. 고대의 영화와 현재의 힘겨운 여정을 대비시켜 주는 유물이다.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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